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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E 오픈에 대해 유저들께 드리는 말씀

  • DEV 파파랑
  • 2010-07-20 19:43
  • https://heroes.nexon.com/common/postview?b=20&n=61

안녕하세요, 여러분.
마비노기 영웅전의 디렉터 파파랑입니다.

영웅전의 새 서브 타이틀인 영웅전 XE의 오픈에 대해 유저분들의 우려와 불만이 높은 것을 저희도 알고 있습니다. 주말동안 각종 커뮤니티 사이트에 거친 표현의 글들이 많아 의견을 읽기 많이 힘든 상태였고, 이번 주 업데이트를 준비하고 있던 저희 개발팀과 운영팀의 표정 역시 지난 며칠 내내 밝지 못했습니다.

현재 상황에 대해서 우려하시는 점들을 하나씩 짚어서 살펴보겠습니다.


영웅전의 현 상황

얼마 전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기존의 인기게임들이 탄탄히 자리를 잡고 있는 한국 게임계에서 신작 게임이 자리잡기는 무척 힘든 일인데, 영웅전은 오픈한지 1년이 안 된, 수 십 개의 신작 게임들 중에서 가장 잘 되고 있다고요. 이른바 '오픈 버프'(갓 오픈한 게임에 사람들이 몰리는 현상을 비유)가 풀린 상태에서 말이지요. 지금 인기를 얻고 있는 게임들 대부분은 오픈한지 몇 년 이상 된 것들입니다. 온라인게임은 오랜 서비스 기간 동안 쌓아올린 컨텐츠와 노하우가 크게 좌우하니까요. 영웅전은 꾸준히 상승세를 타고 있으며,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 착실히 한 발씩 다가가고 있습니다.


XE(익스트림 에디션)을 별도의 서버로 여는 이유

많은 분들이 어째서 XE 서버를 별도로 오픈해 프리미어 서버 유저가 즐기지 못하게 하느냐는 의문을 제기하십니다. 이에 여러가지 방법을 생각해보지요.

(1) XE를 프리미어(오리지널) 서버에 적용한다
(2) XE를 프리미어 서버에서 플레이 모드로 선택할 수 있게 한다
(3) XE를 별도의 서버로 오픈한다


(1) XE를 프리미어(오리지널) 서버에 적용한다

이건 반대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XE의 티저페이지 예고를 보고 많은 분들이 새로운 스타일의 액션에 기대를 하셨지만, 한 편으로 많은 분들이 우려하셨던 것은 고유의 스타일을 잃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입니다.
또한 저와 저희 개발진 역시 오리지널 게임은 오리지널대로 남기고 싶습니다.

오리지널 서버는 개발진이 몇 년을 고심해서 다듬어온, 초기 개발 의도가 담긴 액션성을 담고 있습니다. '패턴과 한계를 파악하기'와 '한계까지 치고 빠지기'식의 절제된 액션이 주는 재미가 그것입니다. 국내시장에서 대중성은 다소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더라도, 영웅전을 많이 아껴주는 액션 애호가 분들이 인정하고 좋아하는 그 게임 스타일입니다. XE가 등장해도 오리지널은 계속 발전시켜 나갈 것입니다. 카스 온라인에 오리지널 게임모드가 있는 것과, 카트라이더에 스피드전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따라서 XE를 오리지널 서버에 그대로 적용하는 방법은 피하고 싶습니다.


(2) XE를 프리미어 서버에서 플레이 모드로 선택할 수 있게 한다

이 방법도 현실적으로 곤란합니다. 선착장에서 난이도 고르듯 오리지널로 할지 XE로 할지 선택하는 정도로 간단한 일이 아닙니다. 영웅전은 순수한 액션만 존재하는 게임이 아니고, 영속성 있는 가상세계에서 내 분신과 같은 캐릭터를 본격적으로 성장시켜 나아가는 RPG이기도 합니다. 그 점이 앞에서 예로 든 카스 온라인이나, 카트라이더와 장르적으로 다른 부분입니다. 한 세계(서버) 내에서 액션의 스타일이 다른 오리지널/XE 모드가 공존하는 것은 RPG의 구성으로서도 좋지 않고, 구조적인 이유로 기술적으로도 어렵습니다.

(3) XE를 별도의 신규 서버로 오픈한다

따라서 가장 나은 방법은 이것이라고 저희는 생각합니다. 오리지널과 XE를 별개의 세계(서버)로 운영하는 것입니다.
이 방법은 XE 스타일을 원치 않는 유저는 간섭받지 않고 본래 스타일의 게임을 즐길 수 있고, RPG로서도 바람직한 구성을 가지며, 기술적으로도 가능하고, 무엇보다도 영웅전의 유저층을 폭발적으로 키울 수 있습니다. XE는 유저층을 "나누기가 아니라 플러스를 만들기 위해" 만들었습니다.
새로운 서버에서 새롭게 게임을 시작할 수 있는 기회는 영웅전에 관심이 없었거나, 스타일이 안 맞아서 포기했던 유저층을 대거 끌어들일 수 있습니다.
두 서버 사이에 캐릭터 이전도 차후 제공할 예정이며, 여러분은 자신이 선호하는 스타일의 서버에서 게임 플레이를 하실 수 있습니다.


유저층을 키우려는 이유와 게임시장의 현재

왜 그렇게 성급하게 욕심을 부리느냐, 지금처럼 게임을 천천히 키워가면 되지 않느냐고 물으실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현재의 게임 시장이라는 것이 예전보다 훨씬 호락호락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마비노기1(이하 마비1)은 몇 년의 시간에 걸쳐 크게 성장하고 자리잡았지만, 지금의 게임들에는 그만큼의 여유시간이 잘 주어지지 않습니다.

마비1과 계속 비교해보자면, 영웅전은 마비1보다 더 많은 개발인원이 더 오랜 시간을 들여서 만들었습니다. 예를 들어 갑옷 아이템 한 벌을 만드는 데에도 마비1보다 5배~10배 정도는 비용이 더 듭니다. 요즘의 눈높이에 맞추어 나오는 게임은 그렇습니다. 하지만 마비1 때보다 지금의 게임 이용요금이 더 오르지는 않았습니다. 타 회사의 유명한 게임 요금들도 5년 10년이 되어도 변하지 않았지요. 즉 비용 대비 수익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게임시장의 수익성이 점차 떨어지다보면 이 산업에 투자가 줄어들게 되고 발전이 느려지게 됩니다. 투자자의 입장이라는 것이 유저 여러분과는 거리가 먼 부유층 자본가들(?)의 세계라고 생각할 것 없습니다. 여러분도 은행에서 몇 만원으로 펀드 통장 하나만 만드시면 마찬가지로 투자자, 주주의 입장이 되어 똑같은 심정으로 게임 산업에는 투자를 꺼려하고 더 빨리 이익을 낼 수 있는 곳을 찾아보실 것입니다.

저희가 소속된 회사는 비 상장사이긴 합니다만, 기업이 이익을 창출하고 주주와 그 몫을 나눠야 하는 역할인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영웅전은 유저들에게 재미를 선사하고 그 대가를 받아서 운영되는 게임이며, 저희는 예전 시절보다 좀 더 빠른 성장이 필요합니다.

- 여담이지만, 영웅전은 착용하는 장비 아이템마다 일일이 룩(look)이 존재합니다. (즉 장비 착용이 눈에도 보입니다) 영웅전처럼 고품질의 3D 비주얼을 제공하면서도, 장비 아이템에 일일이 룩이 존재하는 요즘 게임은 많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게임은 룩이 존재하지 않거나 떨어지는 아이템을 제공하고, 좋은 룩의 것은 유료의 아바타 아이템으로 별도 판매하곤 합니다. 이것도 제작비용과 수익성 때문이며,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영웅전이 특별히 마음씨 좋아서(?) 그렇게 안하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아이템을 얻었을 때에 뿌듯한 기분이 드는" 게임을 만들고 싶어서 그렇게 됐습니다. 이너아머를 유료로 판매하는 정책은, 게임 내에서 아이템을 얻을 때 드는 뿌듯함은 유지하면서도, 룩의 만족감을 특히 중시하는 유저분들께 그 대가를 요구해서 제작비를 얻는 합리적인 모델을 고민 끝에 만들어낸 것입니다. 나중에 딴 얘기 한다고 하실까봐 미리 말씀드리건대, 저희도 언젠가는 유료의 외형 장비를 팔 때가 올 것입니다. 그리고 여러분이 오해하고 계신 것과는 달리 한팀장이 나서서 그렇게 하는게 아니고, 역시 한 명의 샐러리맨인 제가 부하인 한팀장에게 그렇게 지시를 하는 입장입니다 -


프리미어 유저 여러분께

일부 매체에서 인터뷰를 옮기는 과정에서 실수로 오해가 커졌습니다만, 저희가 영웅전의 프리미어 유저분들을 하찮게 생각한다는 건 옳지 않습니다. 게임의 자연스러운 흐름이 정체되지 않아야 한다는 뜻을 오해하지 않아주셨으면 합니다. 인터뷰에서 저희가 언급하지 않은 부정적인 단어로 유저를 표현한 기사가 올라있는 것을 보고, 그런 유저비하적 표현에 누구보다도 더 먼저 화가 난 것은 저희였습니다. 의도하지 않은 이야기가 사실인양 퍼지게 되어 불편함을 느끼셨다면 사과드립니다.

영웅전에는 작년 12월 16일 런칭 당일부터 바로 게임을 시작해서 지금도 꾸준히 플레이하고 계신 프리미어 서버의 유저분들이 많고, 이 분들을 비롯한 많은 유저 여러분께 저희는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습니다. 영웅전이 여기까지 온 것은 여러분의 덕이며, 앞으로도 계속 큰 신세를 질 것입니다.

런칭 이후의 온라인 게임은 유저가 절반을 만들어나간다고 생각합니다. 입에 발린 말이 아니라 정말로, 이 게임의 유저들이 원하는 것을 만들어 가는 것이 절반이고, 저희가 개발과 서비스에서 짜놓은 큰 계획대로 고집을 부리는 것이 절반이라고 생각합니다.
유저분들이 영웅전이라는 게임을 아끼고, 아깝게 생각하는구나 라는 반응을 늘 보고 있으며 그것이 저희가 오랜 기간 오버워크를 하면서도 이 게임을 이끌어 가는 데에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프리미어 서버에 신규 유저는 오지 않는다?

신규 유저를 대량으로 이끌기 위해 XE를 런칭하는 만큼, 당분간은 XE쪽에 신규 유저가 몰릴 것임은 사실입니다. XE의 오픈에 맞춘 여러 프로모션이, 지금까지의 유저층보다 좀 더 라이트하고 캐주얼한 (영웅전에 관심없거나 포기했던) 유저들을 위해 집중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두 서버 사이에 적절한 균형이 맞춰질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즉 프리미어 서버에 신규 유저가 줄어드는 것은 일시적인 문제일 것이며, XE 쪽에 오픈 때 많은 신규 유저를 유치하는 것이 결과적으로는 영웅전이라는 커뮤니티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영웅전을 아껴주시는 여러분이 장기적인 안목에서 이 결정을 지지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한 편으로는, 좀 더 높은 난이도의 환경에서 성장을 해 온 프리미어 서버의 유저가 그에 대한 존경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특별한 타이틀 같은 것을 통해서요.


서버간 이전 정책

프리미어(오리지널)와 XE 사이에 서로 캐릭터를 이동시킬 수 있는 서비스는 무료로 진행할 예정입니다. 다만 너무 자주 옮길 수는 없게 약간의 제약은 있을 것입니다. (기간 제한 등)
시행시기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는데, XE 서버에서 새로 시작한 유저들이 어느 정도 정착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진행될 것입니다. 저희가 이전 서비스를 개발하는 데에도 시간이 필요하고요. 프리미어 서버에서 키운 캐릭터로 받은 서버 전용 타이틀도 모두 함께 이전이 됩니다.


게임의 업데이트 속도에 관해

오리지널과 XE 두 개의 게임이 되면 업데이트 속도가 떨어지지 않겠냐라는 의문도 품으실 수 있습니다. 먼저 여름 업데이트 예정으로 발표했던 로드맵이 조금씩 미뤄진 것에 대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카록은 예정대로 8월에 내놓기엔, 높아진 유저들의 눈높이를 충족시키기에 조금 모자란다는 판단으로, 시간을 더 들여 완성도를 높이기로 했습니다. 로체스트와 에피소드6는 카록이나 다른 컨텐츠와 함께 업데이트 일정을 조정하다보니 내부 사정으로 8월 초로 옮겨졌습니다.

그러나 이후의 업데이트 속도가 XE의 등장으로 큰 영향을 받지는 않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XE는 최대한의 생산성을 낼 수 있도록 설계했기에, 오리지널 서버의 컨텐츠가 만들어지면 거의 자동으로 XE 버전의 것이 함께 생성됩니다. 또한 액션을 지속적으로 늘려나가기 위해 다수의 개발자가 작업을 계속하고 있으며 이는 오리지널과 XE에 거의 공통으로 적용됩니다. 영웅전 개발팀에는 제가 꼽기엔 한국 최고 수준이라고 생각하는 다수의 A급 애니메이터들이 모여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습니다. 생산성과 품질을 높이기 위해 고가의 모션캡처 시설도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XE 때문에 영웅전 전체의 업데이트 속도가 떨어지진 않는다"라고 생각하셔도 좋습니다. 영향이 전혀 없진 않지만, 개발팀 인원도 많아졌기에 크게 지장있을 정도는 아닙니다.


7월 22일의 업데이트

22일에는 XE 신서버만 등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토큰없이 도전형 전투를 즐기고 AP와 보상을 얻을 수 있는 <로센리엔의 미궁>을 비롯해 여러가지 굵직한 변화들이 프리미어 서버에도 반영되며, 프리미어 서버 전용의 이벤트도 진행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전투 스타일 차이 외의 컨텐츠는 프리미어와 XE 서버가 늘 동일한 업데이트를 공유하게 됩니다.


마치며

마지막으로 부탁드리고 싶은 말씀은, 비판은 늘 환영하지만 개발진과 운영진 역시 유저분들과 같은 사람으로 생각해주십사 하는 것입니다. 인터넷은 서로의 얼굴이 보이지 않는 익명의 공간이고, 특히 개발진과 운영진은 <마비노기 영웅전>이라는 하나의 이름 안에 뭉쳐있기에 인격을 가진 개개인이 아닌, 하나의 사물처럼 느껴지는 일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안에 들어있는 저희도 사람인지라, 일부 유저분들의 여과 안된 원색적 반응을 접하면 많이 상처받고 힘든 시간을 보냅니다. 심리적인 충격은 개발진과 운영진이 유저 피드백을 직접 모니터링하는 것을 점차 피하게 만들고 소통을 방해하게 됩니다.
좀 더 차분한 마음으로 비판해주시면 저희는 언제나 듣고 참고할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파파랑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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